* 2025 공쿠르 수감자상 수상작
* 프랑스 문단이 주목한 화제의 데뷔작
* 정치철학자 배세진 해제
“이 책은 사고도 아니고 살인도 아닌, 충돌의 이야기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스쳐 지나갔어야 할 두 개의 평행한 운명이,
분열되고 병든 이 나라에서 끝내 충돌하고 만 이야기다.”
이야기는 한 번의 충돌로 시작한다. 2012년, 프랑스 리옹의 좁은 비탈길.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고 폭주하던 열여덟 살 청년과 자전거를 탄 중년 여성이 부딪힌다. 사건의 구도는 명확해 보였다. ‘이민자 집안의 전과 많은 청년이 무고한 프랑스 국민을 치어 죽였다.’ 피해자의 아들은 슬픔에 잠긴다. 어머니는 불과 3주 전 요가 센터를 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참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을까? 왜 하필 우리 어머니에게?
10년 뒤, 기자가 된 그는 한 극우 정치인의 선거운동 현장에 서 있다. “인간쓰레기”들을 몰아내자는 정치인의 외침과 그에 호응하는 머리를 짧게 깎은 청년들의 함성이 교향곡처럼 울리는 가운데, 가스니에는 어쩌면 자신도 따라 외칠 수 있었던 그 비난의 말들을 듣는다. 오랜 세월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분노가 정치의 언어로 되살아나는 순간, 그는 10년간 슬픔 속에 묻어두었던 그날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다.
혐오가 정치의 언어가 되고, 타인을 향한 분노가 하나의 구호로 결집하는 풍경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그런 시대에 가스니에는 그 분노가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죽게 한 청년의 삶을 다시 본다. 수년간 이어진 탐구는 데뷔작 『부딪힌 삶(La Collision)』으로 묶였다. 개인의 비극에서 출발해 이민 문제와 청소년 범죄, 경찰과 사법 시스템의 한계까지 파고드는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공쿠르상 후보에 올랐다. 전국 교도소 수감자들이 직접 심사하고 선정하는 ‘공쿠르 수감자상’을 수상하며 탁월한 서사적 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아름답다. 한 아들의 애도에서 시작된 탐구가 담담한 문장으로 기록되는 동안, 슬픔을 구조로, 분노를 질문으로 바꾸는 지성적 시도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