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고전 가운데 하나이다. 하늘과 땅, 음과 양, 변화와 관계를 괘(卦)와 효(爻)라는 상징체계를 통하여 표현하면서 인간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 왔다.
관상학 역시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인간 관찰의 체계이다. 얼굴의 형(形), 기색(氣色), 신기(神氣)를 비롯하여 삼정·오관·십이궁·오악과 사독·오행형·유년법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사람에게 드러나는 모습을 관찰하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주역과 관상학은 동일한 학문이 아니다. 관상학이 주역에서 직접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팔괘와 얼굴의 각 부분을 고정적으로 일대일 대응시키는 것도 이 책의 입장이 아니다. 두 전통을 함께 살펴볼 때에는 각각의 역사와 체계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그 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음양과 변화, 전체와 부분의 관계, 때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교할 수 있다.
① 이 책의 첫 번째 목적은 전통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먼저 천·지·인의 세계관과 음양·오행·상수리의 기초를 살펴보고, 《주역》의 성립과 팔괘, 괘를 읽는 방법을 거쳐 64괘의 구조와 의미를 살펴본다. 이어 전통 관상학의 형·기·신, 삼정, 오관, 십이궁, 오악과 사독, 오행의 형상, 기색과 신기, 유년법 등을 차례로 정리한다.
② 두 번째 목적은 주역과 관상의 만남을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주역은 주로 상황과 때와 변화를 읽는다. 관상은 사람에게 드러나는 형상과 상태를 관찰한다. 따라서 두 전통의 만남은 얼굴에 괘를 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관계·변화·때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괘는 괘로 읽고, 얼굴은 얼굴로 본다.
③ 세 번째 목적은 전통을 현대의 인간 이해와 연결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전통 관상학의 해석과 현대과학의 사실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얼굴의 형태만으로 사람의 인격·도덕성·능력·재산·건강·수명이나 미래를 과학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또한 주역의 괘 역시 현실적인 자료와 전문적인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주역의 변화에 대한 사유와 관상학이 축적해 온 인간 관찰의 전통은 역사·철학·문화의 관점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가이다.
④ 이 책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사람이다
괘를 읽는 목적이 운명을 확정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얼굴을 보는 목적도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단정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을 살피고, 변화를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며, 더 나은 선택을 찾는 데 그 의미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을 관통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괘를 읽되 운명을 확정하지 않는다. 얼굴을 보되 사람을 단정하지 않는다. 부분보다 전체를 본다. 고정보다 변화를 본다. 길흉보다 때와 선택을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람을 본다.
천지의 변화에서 시작한 《주역》과 사람의 모습을 살펴온 관상학. 서로 다른 두 전통을 따라가는 이 책의 여정은 결국 하나의 질문을 향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제 그 첫걸음으로 천·지·인(天地人)의 세계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