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벽이라 부르는 순간 당신은 그 앞에 주저앉을 이유를 얻는다. 산이라고 부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산은 반으로 줄고 사람은 빠지고 마감은 당겨졌습니다. 회의실의 누군가가 이건 처음부터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그 말에 동의하는 순간 마음은 편해지지만, 그날부터 그 일은 넘어야 할 산이 아니라 핑계를 대 줄 벽이 됩니다.
기원전 218년 늦가을, 알프스의 고갯마루에서 한니발은 내려가는 길이 산사태로 사라진 것을 보았습니다. 돌아갈 길도 새 눈에 막혀 있었습니다. 그는 돌아서지 않고 눈을 쓸어 내고 절벽을 따라 길을 쌓게 했습니다. 하루 만에 말이 지났고 사흘 만에 코끼리가 건넜습니다. 열한 해 뒤 그의 동생은 그 길을 따라 같은 산을 훨씬 쉽게 넘었습니다.
『산은 넘는 사람에게만 길이 된다』는 〈리더의 서재〉 일곱 번째 권으로, 폴리비오스와 리비우스, 네포스,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서 한니발의 장면을 골라 오늘의 일터로 옮겨 오는 인문 교양서입니다. 본문의 각 꼭지는 일터의 한 장면으로 시작해 한니발의 결정으로 건너가고, 오늘 당장 해 볼 일 하나와 질문으로 끝납니다.
다루는 대목은 아홉 살의 맹세를 다시 고른 일, 사군툼의 여덟 달 포위, 론강 도하, 알프스 하강, 트레비아와 트라시메누스와 칸나이, 팔레르누스의 불 붙은 소 떼, 로마 성문 앞에서 돌아선 판단, 자마의 패배, 카르타고의 개혁과 망명지의 마지막 날까지입니다. 승리의 비결만 찾으려는 책이 아닙니다. 이긴 날에도 진 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던 산을 대하는 태도를 따라갑니다.
당신 앞의 산에는 무엇이 놓여 있습니까. 벽이라 부르고 돌아서면 생각은 거기서 멈추고, 산이라 부르고 발을 올리면 그 자리부터 길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