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이 떨어진 그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수만 명의 조선인이 있었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80여 년, 마침내 조선인 원폭 피해자 증언집을 한국어판으로 펴낸다.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가 남·북·일본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조선인 피폭자 146명을 40년간 취재한 결실이다.
조선인 원폭 피해자란 누구인가?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 되었다. 그러나 피폭된 70만 명 중, 무려 7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많은 조선인이 강제 동원과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무기로 목숨을 잃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해방 이후 일본 그리고 남과 북으로 뿔뿔이 흩어진 채 피폭의 후유증으로 병들어 갔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는 말 속에 전범의 역사를 묻은 일본은 물론, 조국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오랫동안 잊혀 왔다.
『피폭된 조선』은 그 오랜 침묵을 깬다. 한 저널리스트의 오랜 집념으로 탄생한 이 책은 생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증언을 통해 식민 지배와 원폭 피해라는 비극이 중첩된 ‘피폭된 조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낸다. 일본에서의 강제 노동, 원폭이 떨어진 순간의 섬광과 충격, 시신이 널브러진 길거리, 가족과의 황망한 이별, 끝없이 이어지는 몸의 고통과 가난, 책임지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한 고군분투까지, 생존자들이 살아낸 고단한 세월에 ‘피폭된 조선’이라는 역사적 형상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다시 도래하는 전쟁의 시대, 간신히 우리에게 도달한 목소리는 평화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당부한다. 역사가 현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지 않도록 이 책은 가장 끔찍한 고통에서 살아남은 선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