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칠레. 불현듯 사라진 친구의 기억을 공유하는 동창들이 있다. 교실 맨 뒷줄에 앉았던 말 없는 소녀 에스트레야. 피노체트 독재의 한복판이었던 1980년대, 두렵고 슬픈 시절에도 아이들은 자랐다. 영문 모른 채 부재에 익숙해진 긴 세월 동안, 소녀는 이따금 조각난 악몽으로, 결코 평온한 잠을 허락하지 않는 영원한 출석 점호처럼 찾아왔다. 마침내 독재가 끝나고,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은 그 기억의 부름에 응답하려 한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독재 정권하에서 성장한 후 국가 폭력과 민중의 기억, 민주주의의 문제에 천착해 온 칠레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유년기가 반영된 소설이다. 국가가 곧 종교였던 시기에 군대식 교육을 받은 ‘독재의 딸아들’ 세대의 억눌린 내면이 세밀하게 담겨 있다. 시적 문체와 조각보 같은 구성으로 장면들을 유영하듯 넘나들며 시대의 비극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 상실과 부채감을 세대의 근간으로 삼는다는 것, 역사의 그늘과 가장자리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같은 시대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의 대표작 『미지의 차원』과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노나 페르난데스 작품 세계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어판에는 시인 장혜령이 한국의 “샴쌍둥이” 칠레에서 온 이 소설에 공명하는 글을 써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