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라는 말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을 시절부터, -광(狂)이라는 이름으로 세운상가표 조립 전축을 찾던 오디오 애호가들. 오디오 기기의 중심지는 용산으로 옮겨갔지만, 이들의 열정은 여전하다. 이 책은 이 땅의 대표적인 오디오 애호가이자, 오디오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해온 윤광준의 에세이집이다. 대학생이었던 20여년전 오디오와의 첫 만남부터, 득음의 경지를 추구하며 만났던 여러 사람과 음악 이야기 등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책의 상당 부분이 오디오의 개괄적인 역사, 유명 음향 기기의 특징에 할애 되어 있어 자칫 전문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각 기계등에 얽힌 저자의 추억이나 경험이 함께 소개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금 오디오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같은 장은 당장 참고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가이드 라인의 역할도 해 줄것이다. 또 아름다운 조각품 같은 앰프나, 카트리지의 사진도 볼거리.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탐나는 디자인의 제품들이 실려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오디오 편력기에 그치지 않는다. 소설가 윤대녕은 서문에서 '우리들은 필연적으로 소멸되어 가는 생을 살며, 자신을 몰두해 소멸시킬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고 적었다. 자신을 걸 대상을 찾아 수고스럽게 그 세계를 지켜가고 있는 저자의 삶은 무언가에 몰두하여 사는 삶의 희열을 엿보게 해준다. 책장을 덮은 후 남는 부러움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