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에게 생각과 판단까지 위임하는 시대
인간은 이대로 빈껍데기로 전락할 것인가?
요구하고 행동하여 인간의 고유성을 지킬 것인가?
2025년 세계 지도자들과 글로벌 AI 기업 경영진이 파리 그랑팔레에 모여 AI 기술의 발전과 경제 효과를 전망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정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생성형 AI의 빠른 전파 속에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 온 문화와 가치가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피려는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그랑팔레에서 300미터가량 떨어진 콩코드 극장에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교사, 배우, 성우, 번역가, 기자 등이 생성형 AI 등장과 확산 이후 자신의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 교육, 예술, 그리고 인간의 고유한 재능이었던 창의력과 사고력이 어떤 위기를 맞았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공론화했다. ‘AI 반정상회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자리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성이자 『멸종 위기의 사고』의 저자인 에릭 사댕의 문제의식과 주도로 만들어졌다. 그는 챗GPT 등장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힘을 서서히 잃어가면서도 아무런 저항 의식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주시하며 면밀하게 파헤쳤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결정적 순간
우리는 요구한다!
에릭 사댕의 진단은 단호하다. 문제는 기술의 발전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고 창조하는 즐거움을 스스로 내려놓도록 만들어진 구조에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규제할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빠른 속도로 산업을 키우고 일상, 교육, 창작의 영역을 잠식하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주도하는 이들로 AI 산업 종사자와 정치인을 지목한다. 이들이 편리와 효율, 혁신이라는 언어로 무비판적 수용을 정설로 만들고 의심과 반박의 자리를 지워 왔다고 비판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규제나 연구 역시 이해당사자들이 깊이 관여하는 모순 속에 만들어졌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멸종 위기의 사고』를 통해 에릭 사댕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자각과 선택, 행동이다. 이 책은 시종일관 생각하고 창조하는 기쁨을 지키는 일이 취향이 아니라 의무임을 일깨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단순히 현상 진단에 그쳐 불안감만 높이는 대신,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요구사항, 행동 방침을 제시하며 냉소로 빠지지 않도록 한다. 편리함에 밀려 사고를 반납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을 느껴 본 독자라면, 이 책에서 그 불안의 정체와 이름, 그리고 대응의 언어를 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