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학자 문광희 동의대학교 명예교수가 『고깔 쓴 가야, 불교를 품다 ― 우리 문화의 새로운 갈래』(도서출판 통도)를 펴냈다. 이 책은 위 끝이 뾰족한 고대 관모 ‘변(弁)’, 곧 고깔을 실마리로 삼아 가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불교와의 관계를 새롭게 탐색한다. 출발점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아방강역고』에 남긴 한 구절이다.
“김해부는 변진(弁辰)을 총괄하던 왕이 있었던 곳이다. 왕이 쓰는 건책(巾?)은 반드시 위 끝을 뾰족하게 만든 것을 제도로 삼았고, 그 때문에 이름을 가라국이라 불렀으며, 중국 사람들은 이를 문자로 번역하여 변진이라 하였다.”
― 정약용, 『아방강역고』 「변진고」
왜 가야의 왕은 뾰족한 모자를 나라의 제도로 삼았을까. 작은 모자 하나가 어떻게 나라 이름에까지 닿았을까. 저자는 이 물음을 붙들고 문헌과 유물에 남아 있는 쓰개의 형태와 제작 방식, 상징을 하나하나 비교해 나간다. 후한 말 유희(劉熙)가 『석명(釋名)』에서 변을 “두 손을 서로 합쳐 박수 칠 때의 모양”이라고 풀이한 대목에 주목해, 두 장을 맞대어 이어 붙인 가야의 변이 생일잔치의 원추형 고깔이나 승무·농악의 접이형 고깔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형태였음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가리키는 연구 용어로 고깔의 옛말인 ‘곳갈’을 쓴다.
탐구의 범위는 넓다. 가야의 국명과 변한·변진의 관계에서 시작해 신라 금관, 고구려 절풍, 백제 금동관, 조선의 갓과 삿갓으로 이어지는 관모의 계보를 따라가고, 알타이·누란·노인울라·호탄·티베트 등 중앙아시아의 관모 자료로 비교의 시야를 넓힌다. 마지막 장에서는 ‘가야’라는 이름과 김수로·허황옥·장유화상에 얽힌 기록과 전승을 다시 살피며, 두 조각을 하나로 잇는 곳갈의 형태를 합장과 불이(不二)사상에 비추어 보는 해석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