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 시조시인은 1992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1999년 첫 시조집 『그루터기의 말』을 발간한 후, 24년 만인 2023년 두 번째 시조집 『풀빛 같은 날』을 발간했다. 이 시조집은 ‘경험적이고 현실적인 사실을 순수 직관으로 시어를 동원해 자기 느낌에 충실’한 시조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언어와 은유의 언어, 곧 상상력과 상징으로 정형성을 구현해 내고 있을 뿐아니라 텍스트와 실존의 현장에서 발견한 삶의 텍스트를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를 투시하여 통찰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무기력한 일상에 둔감해진 우리의 지각이나 인식의 껍질을 벗고 미적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한미자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바람몸살』은 5부 70편의 시조가 실려있다. 제1부 ‘하늘 아래 세상 저리 아름다워서’에는 ?어떤 바람에는? 외 13편, 제2부 ‘저녁은 환하고 천지는 다 통한다’에는 ?어느 저녁? 외 1편, 제3부 ‘아무렇지 않게’에는 ?천둥소리? 외 13편, 제4부 ‘너는 거기 오래 있다’에는 ?봄이었다? 외 13편, 제5부 ‘너에게 가는 길, 나에게 오는 길이’에는 ?길을 걷다? 외 11편의 작품과 권성훈 평론가의 해설 ?서정의 거주지와 존재의 개시?로 구성되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는 한미자 시조집 『바람 몸살』은, 디지털 문명 너머 존재의 본질을 향해 열려 있으며, 정형의 절제된 시어로 그 자리를 환하게 비춘다. 거기서 자본과 기술의 과잉이 생산해 낸 가상의 표피에 매몰되지 않고 ‘실존의 감성미’로 조직해 낸다. … 한미자 시인의 시편들은 파편화된 현대사회의 문명적 속도가 유기한 바닥의 비애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따뜻한 서정적 체온으로 파고든다. … 이번 시조집은 도구적 이성이 구획한 가상의 질서와 기계적 속도를 넘어 정형 시조의 절제된 율격으로 존재의 본질을 탈은폐하는 실존론적 ‘서정의 응축’이다. … 이 실존적 현장은 기투하는 존재들의 “가장 높은 그곳에서 가장 낮은 이곳까지”(「낙하落下 또는」) 기억과 온기가 축적된 장소의 정주성을 복원하는 것. 이로써 한미자 시편이 인공이라는 현대의 모서리에서 장소와 시간, 그리고 몸이 “스며드는 짙은 고요”(「밤바다」)로 열면서 존재의 진실을 응축하여 개시하는 것으로 ‘서정의 거주지’를 완성하고 있다면서, 한미자 시조시인의 이번 작품집 『바람몸살』은 “시간성이란 세속의 언어가 시간을 파편화된 순간의 일몰로 인식하지만, 그녀는 정형의 율조를 통해 “우려내기를 거듭해 온 물빛주인”(「물빛 이론」)으로서 유동하는 시간을 존재의 영원한 현재로 정지시켜 내고, 도구적 이성이 구획한 가상의 질서와 기계적 속도를 넘어 정형 시조의 절제된 율격으로 존재의 본질을 탈은폐하는 실존론적 ‘서정의 응축’이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