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강 앞에서 돌아서지 않은 사람에게 다리가 놓였다.
부여의 남쪽, 엄호수 강가에 한 젊은이가 말을 세웁니다. 강물은 넓고 빨랐는데 다리도 배도 없었고, 뒤에서는 추격병의 흙먼지가 다가왔습니다. 그는 돌아서지 않고 강물을 향해 자기가 누구인지 외쳤습니다. 『삼국사기』는 그 순간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막다른 강 앞에서 돌아서지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다리를 놓아 준다』는 〈한국철학전집〉의 일곱 번째 권으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생애를 따라가는 인문 에세이입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위서』, 이규보의 「동명왕편」, 광개토왕릉비까지 다섯 갈래의 기록을 나란히 놓고, 기록마다 세부는 달라도 빠짐없이 남은 한 장면을 붙듭니다. 다리 없는 강 앞에서 자기 이름을 외친 사람의 선택입니다.
주몽은 버려진 알에서 나와 파리 한 마리를 맞히던 아이로 자라고, 마구간으로 밀려났다가 어머니의 한마디에 힘입어 길을 떠납니다. 강을 건넌 뒤에는 초막 위에 나라 이름부터 걸고, 업신여기는 이웃 나라 임금에게 말다툼 대신 실력으로 맞섭니다. 마지막에는 떠나온 땅에 은혜를 갚고, 아들이 들고 온 부러진 칼 조각을 맞춰 봅니다. 책은 장면마다 오늘의 일터와 삶에서 마주치는 강가를 겹쳐 보여 줍니다.
회사에서 밀려난 날,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는 달, 대출 만기일과 통장 잔고 사이에서 우리는 대개 오던 길로 돌아가 머리를 숙이거나 강가에 주저앉아 누군가 배를 보내 주기를 기다립니다. 이 책은 주몽이 고른 셋째 길을 따라가며, 그런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한 걸음씩 일러 줍니다.
지금 당신 앞에 놓인 강은 무엇입니까. 그 앞에서 돌아갈 길을 셈하고 있습니까, 건널 방법을 찾고 있습니까. 다리가 놓이는 자리는 끝까지 강을 향해 선 사람의 발밑이라고, 이천 년 전의 한 젊은이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