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도둑질은 자기가 도둑질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데 가장 능하다.”
월급날 아침, 통장에 찍힌 숫자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월세가 나가고 대출 이자가 나가고 카드 할부와 수수료가 나갑니다. 한 달 내내 일한 사람의 손에는 다음 달을 버틸 만큼만 남습니다. 이 돈을 받아 간 쪽은 이번 달 무엇을 했을까요. 1840년, 인쇄공 출신의 한 사상가가 바로 이 물음을 끝까지 붙들었습니다.
『재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도둑질이다』는 ‘시대철학 시리즈’의 아홉 번째 권으로, 피에르조제프 프루동의 『소유란 무엇인가』와 그의 삶을 따라가며 오늘의 장부를 다시 셈해 보는 책입니다. 프루동이 겨눈 것은 사람이 일구는 작은 밭이 아니라 일하지 않고 남의 일에서 몫을 떼어 가는 권리였습니다. 그는 소유와 점유를 갈라 쓰는 사람과 가진 사람을 구별했고, 집세와 이자와 이윤이 이름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보았습니다.
책은 다섯 갈래로 그의 장부를 펼칩니다. 도둑질의 정의, 이백 명이 세운 오벨리스크로 보는 집단의 힘, 월세와 이자로 보는 불로소득, 기록되고 값 매겨지는 다스림, 그리고 서로 빌려주는 삶까지 이어집니다. 그의 실패한 인민은행, 691 대 2로 묻힌 의회 연설, 수첩에 남은 부끄러운 문장들도 감추지 않고 함께 다룹니다. 위대한 고발자의 말만 골라 듣지 않는 것이 이 책의 원칙입니다.
장마다 끝에는 독자가 자기 한 달을 다시 계산해 볼 수 있는 물음이 놓여 있습니다. 통장 내역의 가장 큰 세 줄, 계약서와 약관의 한 줄, 같은 상대에게 여러 이름으로 나가는 돈을 하나씩 따져 보게 합니다.
오늘 저녁 통장 앱을 열어 이번 달 빠져나간 내역을 읽어 보십시오. 내가 무언가를 쓰고 값을 치른 줄이 있고, 남이 무언가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받아 간 줄이 있습니다. 두 줄을 나누어 보는 순간 익숙하던 청구서가 조금 다르게 읽히고, 거기서 당신의 셈이 다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