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 사라진 자리에는 자유가 아니라 불안이 온다.”
월요일 아침 옷장 앞에 서면 우리는 오늘 입을 옷을 스스로 고른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반바지와 슬리퍼는 처음부터 후보에 없고, 팀장의 셔츠 색이 어느새 기준선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읽어 준 적 없는 규정을 우리는 정확히 지키고 있습니다. 에밀 뒤르켐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규칙에 이름을 붙인 사람이었습니다.
1897년에 펴낸 『자살론』에서 뒤르켐은 통계표 속 이상한 숫자에 주목했습니다. 빈에서 금융 위기가 터지자 자살이 늘었는데, 통일 뒤 막대한 배상금으로 부유해진 독일에서도 1875년부터 1886년 사이 자살이 90퍼센트 늘었습니다. 가난만큼 갑작스러운 부유함도 사람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에서 그는 한 낱말에 이르렀습니다. 규칙이 힘을 잃은 상태, 아노미입니다.
『규칙이 사라진 자리에는 자유가 아니라 불안이 온다』는 시대철학 시리즈 12권으로, 사회적 사실, 연대, 아노미, 통합, 재건의 다섯 장으로 뒤르켐의 생애와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 『사회분업론』, 『자살론』,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를 따라갑니다. 출퇴근 시간이 없는 일, 끝없이 이어지는 화면, 연애 앱과 연봉 비교 같은 오늘의 장면에 그의 진단을 겹쳐 읽습니다. 비판받아 온 대목도 감추지 않고 함께 짚습니다.
이 책은 옛 규칙으로 돌아가자는 책이 아닙니다. 규칙이 없어도 무너지고 규칙이 숨 막혀도 무너진다는 것, 사람을 지키는 것은 규칙의 양보다 알맞음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책 곳곳에서 독자가 자기 하루에 직접 해 볼 수 있는 작은 실천도 건넵니다.
오늘 하루에서 끝이 없는 것 하나를 골라 스스로 끝을 그어 보십시오. 화면을 끄는 시각, 충분하다고 말할 기준 하나면 됩니다. 백이십여 년 전 통계표 앞에서 내려진 진단이 오늘 당신의 불안을 다스리는 첫 선이 되어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