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에서 좋았던 음악이 방 안에서는 낯설게 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퇴근길에 듣던 곡을 집에서 다시 재생하는 장면을 가정해 보자. 이어폰에서는 가수의 목소리가 가까웠고, 반주 사이의 작은 소리도 또렷했다. 거실 스피커로 바꾸자 목소리는 조금 물러나고 낮은 소리가 바닥 쪽에 넓게 퍼지는 듯하다. 곡 제목도 재생 구간도 같다. 그런데 음악의 표정은 같지 않다. 이때 먼저 떠오르는 말은 어느 기기가 더 좋은가이다. 이 책은 그 판단을 잠시 미루고, 무엇이 달라졌는가부터 묻는다.
소리의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다룬다. 그래서 그림이나 숫자의 모양이 실제 현상인 것처럼 굳어지기 쉽다. 파동을 그린 곡선을 공기가 이동한 길로 생각하거나, 화면의 높이가 곧 우리가 느끼는 크기라고 여길 수 있다. 이 책은 표현 수단과 대상의 차이를 놓치지 않는다. 표를 사용할 때에도 표가 무엇을 비교하고 어떤 조건을 생략했는지 함께 설명한다.
이 구별은 감상을 까다로운 시험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막연한 불만을 다룰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어떤 날 음악이 답답하게 느껴졌다는 말만으로는 바꿀 대상을 고르기 어렵다. 목소리의 자음이 흐릿했는지, 낮은 악기의 음이 겹쳤는지, 소리의 크기가 부담스러웠는지를 나누면 질문이 작아진다. 질문이 작아져야 답을 확인할 방법도 생긴다. 위 장면의 청취 결과는 특정 제품에서 측정한 사실이 아니다. 여러 조건이 함께 바뀌는 상황을 보여 주기 위한 가정이다. 실제로는 스피커 쪽에서 목소리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이어폰의 저음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장비 이름보다 소리가 지나오는 경로부터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