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익숙한 구절도 누가 누구에게 묻는지 놓치면 멀어진다. 익숙한 경문을 소리 내어 읽다가 뜻을 묻는 순간, 전혀 낯선 문장 앞에 설 때가 있다. 글자의 순서는 기억나는데 그 말을 누가 했는지, 어떤 물음에 대한 대답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경우이다. 『금강경』을 읽는 어려움에는 낱말의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답은 외웠지만 그 대답을 불러낸 질문을 놓쳤다는 어려움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이를 읽는다. 유명한 문장의 뜻을 다시 명언으로 정리하기보다, 그 문장이 필요해진 대화의 사정을 살핀다. 앞의 대답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무엇을 새 문제로 남겼는지 확인한다. 이미 안다고 여긴 말이 다음 문답에서 다른 방식으로 시험되는 장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금강경』을 서로 떨어진 좋은 말의 묶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이해가 계속 수정되는 대화로 읽으려는 것이다.
그 대화에서 수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보리의 말은 부처가 답을 내놓도록 마련된 빈칸이 아니다. 그는 찬탄하고, 묻고, 부정하고, 자신이 이해한 바를 말한다. 때로는 부처가 먼저 수보리에게 생각을 묻는다. 그러므로 어느 문장이 부처의 질문이고 어느 문장이 수보리의 대답인지를 구별하는 것만으로도 읽기의 속도가 달라진다.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결론을 선포하는 글로 읽으면, 문답이 만드는 긴장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진다. 한 구절을 따로 떼면 뜻이 명료해 보인다. 붙잡지 말라는 말은 욕심을 줄이라는 권고가 되고, 형상이 허망하다는 말은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충고가 된다.
수보리의 질문에서 시작해 붙잡는 마음을 차례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