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보의 규모와 내가 느낀 흔들림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지진 소식은 대개 숫자로 먼저 도착한다. 어느 지역에서 몇 시에 지진이 발생했고 규모는 얼마이며 진원의 깊이는 몇 킬로미터라는 식이다. 지도에는 작은 표시가 찍히고, 화면 아래에는 지역별 흔들림 정보가 이어진다. 그런데 서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도 흔들림을 다르게 느낀다. 처음 발표된 수치가 잠시 뒤 바뀌기도 한다. 재난의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때로 이런 숫자의 차이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숫자가 많아서 지진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숫자들이 저마다 다른 물음을 받기 때문에 어렵다. 지진이 시작된 지점은 어디인가. 지하에서 얼마나 큰 움직임이 일어났는가. 어느 지역의 땅이 얼마나 흔들렸는가. 실제 피해는 얼마나 발생했는가. 서로 다른 물음을 하나의 숫자로 답하려 하면 지진 정보는 모순처럼 보인다. 반대로 물음을 분리하면 불완전한 속보도 쓸모 있는 정보로 바뀐다.
지진의 원리를 설명할 때 곧장 재난 장면부터 꺼내는 방식은 강렬하다. 하지만 피해 장면은 사건의 결과이며 그 결과에는 많은 조건이 섞여 있다. 땅속에서 시작된 미끄럼, 파동이 지나온 경로, 지표 부근의 지반, 사람과 시설이 놓인 환경을 구별하지 않으면 눈에 띄는 피해를 지진 전체의 성질로 오해하기 쉽다. 이 책은 피해의 크기만으로 자연현상을 거꾸로 해석하지 않는다. 보이는 흔들림을 이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운동을 먼저 묻는다.
다음 지진 뉴스를 읽기 전에 단층과 지진파의 차이를 익혀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