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줄거리를 알고도 무대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객석에서 마지막 기침 소리까지 잦아들면, 무대는 아직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은 상태로 관객 앞에 놓인다. 음악이 먼저 들릴 수도 있고, 빛이 열린 뒤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발레를 처음 보러 온 사람은 바로 그 순간부터 무언가를 놓칠까 봐 서두른다. 주인공은 누구인지, 지금이 어느 장면인지, 저 발 동작의 이름은 무엇인지 마음속 질문이 잇따른다. 무대 위의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데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설명을 찾는 말들이 바빠지는 것이다.
호주발레단은 처음 공연을 찾는 관객에게 뜻을 모두 알아내려고 걱정하기보다 춤과 음악을 즐기라고 권한다. 함께 본 사람끼리 감상을 나누면 서로 다른 장면을 발견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객석에서 눈길이 머문 자리가 다르면 공연 뒤에 꺼내는 이야기도 달라진다. 이 책은 그 차이를 막연한 취향의 차이로 끝내지 않고, 각자가 무엇을 보았기에 그렇게 느꼈는지 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이 제안하는 입구는 이름이 아니라 변화이다. 발레가 시작되면 먼저 무엇이 바뀌었는지 본다. 밝던 곳이 어두워지는가, 조용하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가,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한 사람을 향하는가. 이어 그 변화를 만든 몸의 선을 보고, 선이 움직임 안에서 이어지는 방식과 무대에 남기는 흔적을 살핀다. 그다음에는 공간과 음악, 두 사람의 관계와 여러 사람의 움직임을 읽는다. 이렇게 얻은 단서는 작품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뚜렷한 줄거리 없이 흐를 때도 도움이 된다.
다음 공연에서는 몸의 선과 음악, 군무의 움직임을 함께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