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헤어짐은 아이에게 전혀 다른 질문으로 도착한다. 어른에게 헤어짐은 오래된 대화의 결론일 수 있다.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되짚고, 살 집과 돈을 계산하고, 법적 절차를 알아본 끝에 내리는 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결론보다 그다음 아침이 먼저 찾아온다. 내일 누가 깨워 주는지, 평소 앉던 자리에서 밥을 먹는지, 토요일에 누구와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가 아이의 세계를 이룬다. 부모가 같은 집에 살지 않게 된다는 말은 아이가 알던 시간표가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 부모가 차분하게 협의할 수 있는 가정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폭행, 협박, 스토킹, 경제적 통제, 아이를 이용한 압박이 있다면 더 많이 대화하고 더 자주 만나자는 조언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때는 안전이 먼저다. 공동양육은 아이를 위한 여러 운영 방식 중 하나일 뿐이며, 모든 관계에 강제로 적용할 이상적인 형태가 아니다. 법률상 면접교섭과 친권·양육의 문제도 자녀의 복리와 안전을 기준으로 개별 판단을 받아야 한다.
아이의 질문에 모든 것을 대답할 수 없는 날도 있다. 당장 어디에서 살지, 학교를 옮겨야 할지, 양육 일정이 어떻게 정해질지 아직 모르는 경우도 있다. 어른은 그 공백이 부끄러워 확정되지 않은 약속을 서둘러 말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확인된 것과 결정하지 못한 것을 나누고, 새 소식이 생기면 언제 누가 알려 줄지 설명하는 태도가 더 믿을 만하다.
설명할 말과 달라질 생활을 아이의 자리에서 먼저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