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이름을 몰라도 자세와 손모양에서 관찰을 시작할 수 있다. 절의 법당과 박물관의 전시실에는 비슷한 모양의 인물이 놓여 있다. 어떤 인물은 눈을 내리깔고 앉아 있으며 어떤 인물은 한 손을 들어 관람자 쪽으로 펼친다. 머리에는 단정한 머리칼만 보이기도 하고, 높이 솟은 관과 장식이 얹히기도 한다. 조각의 표면이 매끈한 곳도 있지만 손끝과 얼굴이 부서져 원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 차이는 아름다움의 차이로 먼저 다가온다.
이 책은 이름을 남보다 빨리 맞히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불교조각을 읽을 때 필요한 첫 문법을 익히는 책이다. 문법이란 규칙 몇 개를 외운 뒤 모든 문장을 같은 식으로 해석하는 기술이 아니다. 무엇이 눈으로 확인되는 사실이고, 무엇이 전승에 기대어 설명한 뜻이며, 어느 지점에서 작품의 기록을 찾아야 하는지 구별하는 습관이다. 불교미술에서 이 습관은 특히 중요하다. 비슷한 몸짓을 여러 인물이 공유하고, 같은 인물도 지역과 시대와 의례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시작은 작품의 이름을 잠시 보류하는 것이다. 조각이 앉아 있는지 서 있는지, 손이 어디를 향하는지, 손에 물건이 남아 있는지, 홀로 놓였는지 다른 인물과 함께 놓였는지를 차례로 묻는다. 여기에 머리와 옷, 광배와 대좌, 전각이나 전시실의 정보를 보태면 눈앞의 형상은 막연한 ‘부처님’에서 관찰 가능한 대상으로 바뀐다. 그다음에야 관찰한 단서가 경전의 어느 장면, 어떤 신앙, 어떤 제작 전통과 이어지는지 검토할 수 있다.
다음 법당과 전시실에서는 지물과 공간을 함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