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종교마다 어떻게 다를까요? 어떤 사람은 특정한 날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강물에 몸을 담그고, 또 다른 사람은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앉는다. 어떤 사람은 성자의 삶을 기억하며 길을 걷고, 어떤 사람은 성소에 들어가 신발을 벗는다. 겉으로 보면 이들은 모두 낯선 장소로 향한다. 하지만 각자가 그 장소에 이르는 이유와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은 서로 다르다. 순례를 이해하려면 여행이라는 공통된 모양에서 출발하되, 그 모양이 감추는 차이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은 열두 장으로 서로 다른 길을 방문한다. 메카로 향하는 하즈에서는 의무와 정해진 시기를, 인도의 쿰브 멜라에서는 성스러운 물과 축제의 집합을 살핀다. 불교의 네 핵심 성지에서는 한 인물의 삶과 그 뒤의 기억을, 일본 산길에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종교 전통과 환대의 문화를 만난다. 산티아고와 예루살렘에서는 역사가 장소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묻는다. 암리차르의 공동 식당, 에티오피아의 바위 교회, 바하이교의 성소, 카르발라의 행렬, 안데스의 축제와 아르메니아 교회의 순례는 각각 다른 설명을 요구한다.
순례 연구에는 오랫동안 두 가지 관찰이 함께 있었다. 특별한 길을 걸으며 낯선 사람들이 평소의 신분을 잠시 내려놓고 가까워지는 장면이 있다는 관찰이 하나이다. 같은 성소 안에서도 서로 다른 집단이 장소를 해석하고 사용하며 때로 갈등한다는 관찰이 다른 하나이다. 어느 한쪽만 택하면 순례의 절반을 놓친다. 함께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는 장면과, 누가 들어올 수 있는지·누가 돈을 지불하는지·어떤 의례가 인정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조정을 모두 살펴야 한다.
장소·몸·의례·공동체로 비교하는 여러 종교의 순례. 이 책과 함께 주제를 이해하는 기준을 차근차근 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