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도 없이 먼 길을 떠나는 새는 무엇을 단서로 삼을까요? 강가에서 볼 법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한 마리의 새가 강 위를 지나간다. 멀리서 보면 날개의 끝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뒤에는 훨씬 작은 새가 나타나 빠르게 날갯짓하며 같은 방향으로 사라진다. 두 새는 모두 공중에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그곳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는 날개를 펼친 몸과 바람의 관계가 있고, 다른 쪽에는 근육이 거듭 일으키는 운동이 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몇 초의 비행뿐이다.
하늘에 길이 있다는 말은 새가 도로처럼 고정된 선을 따라간다는 뜻이 아니다. 공기에는 상승하는 곳과 가라앉는 곳이 있고, 같은 장소에서도 바람의 속도와 방향은 높이에 따라 달라진다. 지상에서는 먹이를 얻거나 쉬어 갈 만한 장소가 균일하게 퍼져 있지 않다. 낮의 길이와 계절은 이동을 시작할 수 있는 때를 바꾸고, 한 번의 비행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 새가 지나가는 경로는 이런 조건들이 허용한 선택의 흔적이다.
이 흔적을 읽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설명은 새에게 인간의 길찾기 경험을 그대로 입히는 것이다. 우리는 주소를 확인하고 지도를 확대하며 목표를 정한다. 새가 익숙한 장소를 찾아왔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위치를 계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어떤 종에서는 냄새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실험이 있고, 다른 종에게는 하늘의 빛이나 자기장에 관한 증거가 있다. 그러나 여러 실험에서 확인된 능력을 모두 합쳐 ‘새는 이런 감각을 지녔다’고 말하면, 실험의 조건과 종의 차이를 지워 버리게 된다.
비행·감각·항법·이동에서 에너지·계절·연구·보전까지. 이 책과 함께 주제를 이해하는 기준을 차근차근 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