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물건의 색이 빛과 화면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침에 창가에서 살펴본 남색 셔츠는 맑고 선명해 보였다. 저녁에 같은 셔츠를 실내등 아래에 걸어 두었더니 조금 탁하고 어둡게 느껴진다. 셔츠는 하루 동안 색을 바꿀 만한 세탁이나 염색을 거치지 않았다. 옷감이 젖거나 바랜 흔적도 없다. 그런데 눈으로 확인한 색은 같지 않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이 작은 어긋남에서 색에 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 시작된다. 우리가 보는 색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색을 이상한 착시나 주관적인 취향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물질에는 빛과 상호작용하는 성질이 실제로 존재하고, 조명에는 파장에 따른 빛의 분포가 있으며, 우리의 시각계는 눈에 도달한 신호를 처리한다. 사진이나 화면, 인쇄물은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신호를 옮겨 놓는다. 그러므로 색은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만난 결과이다. 그 조건을 모르고 결과만 비교하면 색에 관한 판단이 쉽게 어긋난다.
생활 속에서는 이런 차이가 돈이나 시간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건을 고를 때 사진의 색을 믿고 주문했는데 실제 제품은 예상과 다르게 보인다. 가구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색이 집에 들인 뒤에는 어색하다. 서로 같은 색이라고 부른 두 재료가 나란히 놓였을 때에는 차이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자나 구매자 중 한쪽이 반드시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촬영, 조명, 재질, 표현 장치의 조건을 나누어 확인해야 무엇을 비교한 것인지부터 알 수 있다.
빛·물질·눈·화면으로 읽는 일상의 색 과학. 이 책과 함께 주제를 이해하는 기준을 차근차근 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