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다양성을 잇는 실마리는 변이와 선택, 우연에 있습니다. 숲의 가장 높은 나무가 그 숲에서 가장 진화한 생명일까.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새가 땅속에 사는 지렁이보다 더 완성된 생명일까. 이런 물음은 대개 답을 구하기 전에 비교의 기준부터 흔들린다. 높이 나는 능력은 공중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흙을 파고 유기물을 먹는 생물에게 필요한 능력은 아니다. 생명은 같은 과제를 풀기 위해 줄을 서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제약을 만난다.
이 책은 진화를 자연선택 하나로 환원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지만, 변화의 재료가 어디서 생기는지, 왜 유리해 보이지 않는 특징이 남는지, 이주가 서로 다른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집단이 여러 종으로 갈라지는 조건이 무엇인지는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돌연변이, 유전자 재조합, 유전적 부동, 유전자 흐름과 계통 분화가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구별해야 전체 그림이 선명해진다.
진화의 시간도 하나가 아니다. 세균에게는 몇 달이 여러 세대의 역사일 수 있지만, 오래 사는 동물에게는 한 세대를 관찰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기간에 확인되는 유전자 빈도 변화와 오랜 지질학적 시간에 나타나는 새로운 계통의 출현은 같은 법칙으로 연결되더라도 관측 방법과 설명의 폭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먼저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측정하고, 이후 화석과 유전체를 이용해 훨씬 오래된 역사를 되짚는다.
변이·선택·유전·우연·공통조상으로 읽는 진화 입문. 이 책과 함께 주제를 이해하는 기준을 차근차근 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