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노래는 대사가 길어진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대 한쪽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본다. 한 사람이 입을 열자 다른 사람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객석 위쪽에는 짧은 번역 자막이 뜬다. 자막은 방금 누구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알려준다. 그런데 그 문장을 다 읽고 다시 무대를 보면 벌써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져 있다. 두 사람의 거리는 그대로인데 한쪽의 목소리가 가늘어졌고, 다른 쪽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 오케스트라가 낸 낮은 소리도 지나갔다.
이 책은 오페라를 어렵게 만드는 전문용어를 먼저 외우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장면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인물의 목소리는 말의 감정과 행동을 드러낸다. 같은 문장이라도 테너가 부를 때와 베이스가 부를 때의 차이는 단순히 높고 낮다는 감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높은 목소리는 선하고 낮은 목소리는 악하다는 식의 판정도 성립하지 않는다. 목소리는 실마리이지 인물의 성격을 고정하는 꼬리표가 아니다.
대본도 읽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오페라 대본인 리브레토는 소설을 압축한 줄거리 카드가 아니다. 인물이 누구에게 부탁하고, 누구를 속이며, 어떤 선택을 미루는지 담은 말의 설계이다. 자막은 그 설계를 따라갈 길을 열어 주지만 모든 층위를 실시간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반복되는 말, 문장 끝의 망설임, 원어에서 생기는 소리의 리듬은 자막 한 줄로 다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무대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와 오케스트라, 무대가 함께 만드는 장면을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