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옷에는 기후와 노동, 신분과 산업이 남긴 흔적이 겹쳐 있습니다. 아침에 옷을 고르는 일은 대개 몇 분 안에 끝난다. 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바지의 주머니에 열쇠를 넣고, 날씨를 살펴 겉옷을 걸친다. 옷장 앞에서는 길고 복잡한 역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셔츠의 여밈, 바지의 재봉선, 옷감의 혼용률, 주머니의 깊이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선택이 겹쳐 있다. 어떤 선택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생겼고, 어떤 선택은 누가 일하고 누가 지배하는지를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책은 옷이 하나의 출발점에서 모두 같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옷은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제약과 필요를 만나 만들어졌다. 어느 사회에서는 천을 몸에 두르는 방식이 효율적이었고, 다른 곳에서는 몸의 부분을 나누어 재단하고 꿰매는 방식이 발달했다. 두 방식 중 하나가 본질적으로 더 오래되거나 우월하다는 식의 서열은 성립하지 않는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의례복과 일상복, 일하는 옷과 쉬는 옷, 부유한 집의 옷과 빠듯한 살림의 옷은 전혀 다른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므로 옷의 변화는 기후와 소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몸에 쾌적한 천이 있다고 해도 그 천을 구할 돈이 없으면 입을 수 없다. 직조 기술이 발전해도 특정 색과 장식이 금지되거나 허용되는 지위가 다르면 옷의 모습은 나뉜다. 공장이 옷을 싸게 만드는 기술을 갖추어도, 생산량이 늘어나는 동안 누가 어떤 시간을 내주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요즘 옷이 편리해진 까닭을 말할 때에는 그런 편리함이 가능해진 과정도 함께 읽어야 한다.
기후·노동·신분·산업·몸으로 읽는 의복의 변화. 이 책과 함께 주제를 이해하는 기준을 차근차근 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