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한 줄과 우표 한 장이 익숙해지기까지 긴 제도의 역사가 있었다. 봉투에 이름을 적고 주소를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표를 붙이거나 요금을 내고 접수하면, 발신자는 편지를 들고 길을 떠날 필요가 없다. 수취인의 집이 어디인지 몰라도 된다. 편지를 옮기는 사람의 얼굴을 알지 못해도 된다. 며칠 뒤 누군가가 봉투를 받으리라고 기대한다. 오늘날에는 이 과정이 너무 익숙해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약속이 들어 있는지 잊기 쉽다.
편지의 역사를 유명인의 말과 감정에서 찾는 방법도 있다. 연애편지나 작별 인사는 지금 읽어도 생생하다. 다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질문을 택한다. 어째서 어떤 사람은 먼 나라에 답장을 보낼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은 같은 마을의 소식을 전할 사람조차 구하기 어려웠는가. 서신 한 장을 보낼 때 무엇을 마련해야 했으며, 받는 사람은 어떤 위험과 비용을 감수했는가. 우리가 손에 쥐는 종이보다 그 종이를 오가게 만든 사회의 규칙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여기서 편지와 우편은 구별해야 한다. 편지는 특정한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며, 우편은 이를 정해진 방식으로 접수하고 운반하고 전달하는 서비스이다. 우편이 없던 곳에서도 편지는 오갔다. 정부가 운영한 빠른 전달망이 있어도 민간인은 이를 이용할 수 없었다. 편지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날의 우체국과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고 추정하면, 소통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가 사라진다.
편지를 쓰는 사람과 전달하는 사람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