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4일, 서울과 중국 항저우에서 같은 날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서울에서는 미국 무탄소 전력 회사의 회장이 자기 회사를 「빅테크 기업들이 AI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무탄소 전력을 가장 빠르게 공급해 주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항저우에서는 중국 AI 회사 딥시크가 학습의 일부를 엔비디아 칩 대신 화웨이 칩으로 진행한 새 모델을 공개했다. 하나는 전기 이야기이고 하나는 AI 모델 이야기지만, 두 일은 같은 사실을 보여 준다. AI 경쟁의 승부는 이제 프로그램을 누가 더 잘 만드느냐만으로 나지 않는다. 그 프로그램을 돌릴 칩을 누가 만들고, 그 칩을 돌릴 전기를 누가 대느냐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이 책은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 동안 위성 통신, AI 칩과 메모리, 로봇과 자율주행, 데이터와 나라 간 경쟁, 일자리와 산업 다섯 분야에서 일어난 일을 모아, 그 일들이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따라간다. 앞날을 맞히려고 쓴 책은 아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읽어 내는 책이다.
책 전체를 꿰는 관찰은 속도의 차이다. AI 칩과 메모리와 모델은 18개월이면 새 세대가 나온다. 그런데 발전소 한 곳을 세우는 데는 5년에서 10년이 걸리고, 대형 변압기는 지금 주문해도 2년에서 4년을 기다려야 받는다. 송전선 한 줄을 새로 깔아 가동하는 데는 5년에서 15년이 걸린다. 최신 칩을 사 놓아도 전기가 4년 뒤에야 들어온다면 그 칩은 4년 동안 제값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2026년에는 돈과 협상력이 느리게 쌓이는 전기와 설비 쪽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 느린 쪽에서 세계가 찾는 것을 여럿 가지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만드는 세계 세 회사 가운데 두 곳, 대형 변압기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여섯 곳 가운데 두 곳이 한국 회사다. 선박용 발전 엔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다. 반도체, 발전 설비, 로봇 부품을 한 나라 안에서 모두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그러나 그 위에서 돌아가는 AI 모델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남의 나라 회사가 만들고, 미국의 수출 규제 같은 사안 하나를 두고도 정부 다섯 부처가 따로 검토하는 사이 결정이 늦어진다.
이 책은 한국이 2030년까지 내려야 할 결정을 회사와 개인과 나라 단위로 정리하고, 에필로그에서 2030년의 시점으로 그 결정들을 하나씩 다시 점검한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기술의 흐름과 돈의 흐름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썼다. 특정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팔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 이 전자책은 올컬러로 제공됩니다. 종이책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