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오류가 아니라, 삶이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상수’입니다.”
5,765일의 동행, 그리고 끝나지 않은 대화. 수학자 백인자 총장이 써 내려간 애도의 순례기
전작 『5,765일』이 반려견 단비와의 갑작스러운 이별과 거대한 충격을 담았다면, 후속작 『그 후』는 뜨거웠던 사랑이 남긴 상실의 무게를 삶의 질서 안으로 고요히 편입시키는 과정이다. 작가는 첫 책의 원고를 마감한 후에도 차마 단비에게 거는 말을 멈출 수 없었고, 텅 빈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이어지던 대화는 123편의 단상이 되어 다시 세상에 나왔다.
백인자 작가는 평생 증명과 논리의 언어로 세상을 읽어온 수학자다. 하지만 열여섯 해를 함께한 반려견의 부재 앞에서 그가 가졌던 모든 공식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어떻게 단 하루의 기억이 5,765일의 행복을 덮어버리는가.” 작가는 이 지독한 모순을 풀기 위해 눈물과 함께 밀려오는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비애 앞에서는 그 어떤 법칙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슬픔은 억지로 지우거나 극복해야 할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삶이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상수(常數)’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고백하며 깨닫고, 견디며 소망하는 애도의 순례기다. 시, 산문시, 수필 등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는 문장들은 진심이 어떻게 문학적 형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감정이 흐트러질 때 논리와 질서에서 안정을 찾고자 하는 이들, 상실 이후 무너진 일상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지 막막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조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가 띄워 보낸 사랑의 고백과 문장의 여백 속에 각자의 슬픔을 채워 넣다 보면, 어느새 함몰되었던 감정을 딛고 다시 나아갈 따뜻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