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배가된다
첨단 기술로 이뤄진 디지털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관계의 가치를 보여주는 책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대는 하루 평균 3시간 44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 인터넷과 영상 매체 등을 접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하루 중 잠시도 디지털 기기를 떼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가족 간의 식사나 취미활동, 여행 등에 들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접 얼굴을 마주한 채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공통의 문제를 화제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다양한 첨단 기기를 통한 얕고 넓은 소통은 빈번하지만, 사람들 간의 우정과 사랑을 깊고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관계를 끈끈하게 맺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심리학자 수전 핀커가 유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신간을 내놓았다. 이 책은 우리가 잊지 말고 계속 지켜나가야 하는 진짜 사회적 접촉이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어진 관계의 방식이 올바른지, 사회신경과학에서는 급변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밝혀내려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인간의 사회적 접촉이 교육과 행복, 그리고 장수와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고 살아 있는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여겼던 것들, 즉 식탁에 모여 가족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가끔 카드놀이를 하고 커피숍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특별한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 비밀은 바로 끈끈한 사회적 유대감이다.
이 책은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상호작용이 가져다주는 장기간의 영향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있다. 오늘날 그런 관계가 전자 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10대의 게임 중독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고 수많은 정보가 떠돌면서 사이버 범죄의 위험성도 공존하고 있다. 물론 즉각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원거리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고, 전 세계의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세상만의 장점이다. 이제 컴퓨터를 통해 하나로 통합된 네트워크, 즉 연결망은 직접적인 대면 관계까지 모두 삼켜버리고 있다.
지난 시대에 비해 오늘날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훨씬 더 많아졌다. 그렇지만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 즉 어떤 곤경에 처했을 때 기꺼이 달려와 도와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현주소다. 주변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친밀한 접촉이 심리적 면역력과 학습능력, 그리고 상호 신뢰에 기초한 건강 회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책을 통해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