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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깨비 각시(개정판) 1
글쓴이
정연주 저
출판사
가하 에픽
출판일
2015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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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정연주

최근에 거주 환경이 집필에 최적화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 흉흉한 소문과 소문보다 더 빡빡한 막차 시간! 덕분에 외출도 어렵고 해서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삼박자 떨어지는 곳이 어디냐면 화성입니다. 화성(星) 말고 경기도 화성……위험하지 않냐는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냥 시골이라 제철채소가 참 맛있다고요(웃음).

출간작 『기화, 왕의 기생들』, 『야수의 청혼』, 『인어의 목소리』, 『캔버스 위의 당신』, 『붉은 매듭』, 『도깨비 각시』, 『가희 사랑할지어다』, 『달빛을 밟는 아씨』, 『어드레스』, 『플러스 플러스 마이너스』, 『미라클 스티치』, 『월궁항아 프로젝트』, 그리고 함께 쓴 책으로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공저), 『차아제국 열애사』(공저), 『허니 앤 베』(공저), 『하늘 창』(공저 단편집), 『겨울 엔딩』(공저 단편집), 『마음을 낚는 이야기꾼 웹소설 작가 되기』(공저), 『꽃사슴인 줄 알았더니』(공저) 등이 있다.

책 소개

분야로맨스
1. 작품 소개

풍년이 들면 독각귀, 흉년이 들면 도깨비.
그렇게 나눠 부르는 수호신에게 바치는 가장 큰 잔치가 있다면 한 갑자마다 돌아오는 축제가 있다. 홀로 사는 독각귀가 혹여나 심술을 부릴까 언제부터인가 처녀를 바쳐왔는데, 명목은 독각귀 신부라고 하되 사람들은 산 제물이라며 도깨비 각시라고 비꼬았다.
- 그리고 나는, 그 도깨비 각시가 되었다.

홍연국 주씨 가문의 장녀 희야. 가문을 위해 홍연국의 수호신인 독각귀의 신부로 바쳐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창, 그리고 불꽃을 함께 본 ‘그’와의 기억뿐.
이제 가마를 타고 독각귀의 세계에 들어간 희야는 다른 신부들과 함께 새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가마꾼을 본 순간 그녀는 신부의 본분인 ‘수호신을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의 무거움을 알게 되는데…….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수호신을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수호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 가슴에…….”
잠시 뜸을 들였다. 마지막 말을 해야 하는데,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졌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된다고 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품지, 않을 겁니다.”
아.
슬며시 손을 가슴에 가져갔다. 꽈악, 얹힌 것처럼 턱 막혔다. 당연한 말을 했다. 창의 걱정대로 배반하지 않고 수호신의 신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렇게 말해야 창은 걱정을 덜 것이다. 그의 충고와 경고를 헛되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데, 어째서 나는…….
“품지 않을 겁니다.”
물속에 들어온 것처럼 숨을 쉬기 버거웠다.
누군가가 내 심장을 물에 담가놓은 것만 같았다.

2. 작가 소개

정연주

최근에 거주 환경이 집필에 최적화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 흉흉한 소문과 소문보다 더 빡빡한 막차 시간! 덕분에 외출도 어렵고 해서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삼박자 떨어지는 곳이 어디냐면 화성입니다. 화성(星) 말고 경기도 화성.
……위험하지 않냐는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냥 시골이라 제철채소가 참 맛있다고요(웃음).

▣ 출간작

『기화, 왕의 기생들』
『야수의 청혼』
『인어의 목소리』
『캔버스 위의 당신』
『붉은 매듭』
『도깨비 각시』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공저)
『하늘 창』(공저 단편집)
『겨울 엔딩』(공저 단편집)
『마음을 낚는 이야기꾼 웹소설 작가 되기』(공저)
『가희 사랑할지어다』
『달빛을 밟는 아씨』

3. 미리 보기

천천히 걷던 걸음은 어느덧 달음박질로 변해 있었다. 늦여름, 후텁지근하기도 하고 미묘하게 시원하게도 느껴지는 바람이 뺨을 간질인다. 발바닥에 닿는 흙과 자잘한 돌멩이의 감촉이 단단하고 뾰족하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저 멀리, 캄캄한 내 주위와 다른 밝고 붉은 축제의 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하, 아…….”
급히 달려 잠깐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급히 달려 흐트러진 소복 차림에 맨발,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창 한 자루를 등에 메고, 손에는 주머니를 들고 있는 내 행색은 아무래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본다. 나는 내 행색이 말이 아님을 깨달았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그래서 어디 구석진 곳에 숨으려고 들었을 때였다.
“이봐.”
갑자기 시야의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손을 들어 얼굴 쪽을 더듬으니 단단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가면. 그것을 제대로 쓰고 뒤돌아보자 새빨갛고 흉측한 독각귀 가면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나를 따라 하려면, 가면까지 썼어야지.”
저번에 주머니를 준 그 사내였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사내가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내 손목을 붙든 그 손은 의외로 힘이 세고, 큼직했다. 그리고 새하얀 손등과 달리 참으로 따뜻해서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절대, 절대 남자와 손끝 하나 털끝 하나 닿지 말라던 소리가 떠올랐지만 그것은 내 머릿속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축제에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거슬러 밖으로 나가는 길은 험했고, 최대한 조심하며 지나가야 했기에 신경을 쏟아부어야 했다. 만약 사내가 이끌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느덧 휩쓸려 어딘가 모르는 곳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시달리다가 간신히 숨통이 트였을 때, 어느덧 나는 축제의 광경이 잘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다. 사람도 없는 이 인적 드문 곳에 올라온 사내는 곧바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 차림은 뭐지?”
“무엇을 말입니까?”
“그 차림. 소복에 맨발.”
이상하다는 듯 말하는 사내에게 나는 당신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사내의 차림은 소복에 맨발이 아니었다. 그는 붉은 마의로 만든 옷을 걸치고, 신도 제대로 신고 있었다. 나 홀로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낯 뜨거워졌다. 가면 덕에 얼굴이 가려져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게다가 몸도 차가워.”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그가 혀를 찼다. 보름에 가까운 동안 찬 것을 가까이 지냈던 것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수많은 절차가 헛되지는 않았구나 싶었는데 사내가 내 손목을 놓아주더니 자신의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 어깨에 둘러주었다. 하필 등에는 창을 매달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붉은 마의를 걸치고 그 사이로 삐쭉 튀어나온 창으로 인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고 말았다.
“꼴이 우습군.”
사내는 대놓고 그렇게 꼬집으며 웃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얄밉지 않았다. 사내가 둘러준 웃옷은 참으로 따뜻하고 품이 넉넉해서일까. 마음이 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어째서 그 차림으로 나온 것이지?”
붉은 마의를 꼭 껴입은 나를 보며 사내가 다시 한 번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제서 내 손에 들린 주머니를 떠올렸다. 보들보들한 감촉의 그것을 사내에게 내밀었다.
“이 주머니를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건 내가 네게 준 것일 텐데.”
“그래도,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째서?”
“제가 갖기에는 아까운 물건입니다.”
펑! 퍼엉!
아직도 폭죽은 터뜨려지고 있었다. 언덕에 올라왔음에도 매캐한 화약 냄새가 나는 듯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불꽃에 맞춰 사내의 독각귀 가면이 살아 있는 것처럼 일렁였다.
“왜 자꾸 내게 돌려주려는 것이냐?”
사내는 좀처럼 주머니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아주 먼 곳에 갑니다.”
“그 먼 곳에 그 주머니를 갖고 가라.”
“그곳에서는 주머니를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어떠한 물건도 쓸 수 없는 곳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사내의 말에 입이 써졌다.
한 갑자마다 돌아오는 이 혼례식에서 살아서 돌아온 신부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단 한 차례도 신부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괜히 신부를 산 제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짐작했다. 신부가 수호신 독각귀를 만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고.
죽음에 이르러 영혼이 되어야만 독각귀를 볼 수 있다던가.
혼례식이 끝나고 그 이후부터의 절차는 궁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짐작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호신이 실제로 계신다 하여 육체를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혼의 형태로 있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너는 건강하다.”
“……?”
“여태까지 너보다 더 튼튼한 여자는 본 적이 없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사내는 검지를 들어 나를 가리켰다.
“네 명줄은 질기고도 길어서 한참 남았다는 뜻이다.”
“…….”
“어떤 일이 있어도 네 명줄은 그 끝에 다다를 때까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쉬이 저승길 간다는 말을 하지 마라.”
생뚱맞은 말이었다. 마치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사내는 내 명줄을 논한다.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혹은 어설픈 위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나 어설픈 위로라고 하더라도 기뻤다.
아버지는 완고하고 엄하셨다. 희주나 나보다 이혁을 훨씬 아끼셨고, 가문을 일으키는 데 대한 욕심도 기대도 크셨다. 나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아버지가 그것을 당연히 여기신다면, 나도 장녀로서 그에 따랐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를 독각귀의 신부로 정해놓으신 뒤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셨다. 차라리 평소의 당신처럼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시지, 왜 이제 와 죄책감에 시달리시는가.
아무리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가 멀리하던 곡주를 입에 댄다는 소문이 안 들릴 리가 있겠는가. 나는 실망함과 동시에 살짝 슬퍼졌다. 완고하던 아버지조차 나를 불쌍히 여기시면 정말로 내 입장이 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새어머니는 이혁이 태어난 뒤부터 나를 볼 때마다 죄인이 되셨다. 새어머니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젊고 마음이 여린 새어머니는 나만 보면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러나 이제는 내 얼굴만 보면 시선을 내려뜨리고 눈물만 흘리신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을 본다는 듯이. 세상에서 가장 큰 희생자를 본다는 듯이.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대해주길 원했다. 나는 불쌍한 사람도, 가엾은 사람도 아니었다. 선택은 아버지가 하셨어도 받아들인 것은 나였다. 나는 내 선택에 후회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그래도 한 가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 사내처럼…….
“위로, 감사합니다.”
가볍고도 간단한 위로 정도.
그뿐이었다.
둥둥둥.
북이 울린다. 커다랗게 울리는 북소리가, 마지막 폭죽을 터뜨린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저 북이 백 번 울리면 가장 크고도 화려한 폭죽이 터질 것이다. 그것이 어찌나 크고 화려한지 사람들은 폭죽이 아니라 ‘불꽃놀이’라 불렀다.
“불꽃놀이를 본 적이 있습니까?”
“매해 보는 것이 불꽃놀이지.”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곳 태생이 아닌가?”
“아뇨. 홍연국에서 나고 자란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축제에 나온 것도, 불꽃놀이를 보는 것도 처음입니다.”
늦여름, 조금은 서늘한 바람과 사람의 몸에서 나는 온기가 뒤섞이는 밤. 말이 조금 많아졌다. 축제의 공기에 취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에는 차기 가주의 직을 물려받기 위하여, 창을 손에서 놓는 날이 없었습니다. 봄바람 쐬면서 꽃놀이를 가본 적도 없이, 창을 휘둘렀습니다. 그런 제가 딱했는지, 여동생이 제 손을 끌고서 몰래 나왔습니다.”
아직도 그때가 선명하다. 막 죽창을 다루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희주는 내 손을 이끌고 그 늦은 시각에 집에서 빠져나왔다. 물론 시각은 이미 너무 늦어서 가장 마지막 행사인 불꽃놀이가 시작되려던 때였다. 그때도 이렇게 북이 울리고 있었다. 둥 둥 둥 울리는 북소리에 가슴도 함께 울리는 것 같았다.
“장터에 이르기도 전에 들켜서, 아버지 손에 붙들렸지만 말입니다.”
크게 혼내실 줄 알았던 아버지는, 그때만큼은 혼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한 손에는 희주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조용히 집으로 향하셨다. 그 걸음은 참으로 느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닥을 스치듯 걷는 걸음은 어렸던 우리들의 걸음보다도 더 느렸다.
“등 뒤로 북소리가 났습니다. 아버지가 발걸음을 늦추신 덕분에, 저희는 장터로 갈 수는 없어도 그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 줄 알았지요.”
둥둥둥.
북은 아직도 울리고 있었다. 사내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보지 못했나?”
“예. 아무리 고개를 뒤로 돌려도 보이지 않더군요.”
“불꽃놀이가 보이지 않는 방향이었군.”
“아버지도 그럴 줄은 모르셨나 봅니다. 아버지 역시, 축제에 나간 적이 없으셨기 때문에 불꽃놀이가 다른 방향에서는 안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셨겠지요. 그래도 저희를 배려해서 최대한 걸음을 늦춰주신 것이 감사했습니다. 축제에는 가지 못했지만, 울리던 북소리와 불꽃놀이 소리는 귀가 먹먹하니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 손을 붙들고 뒤돌아보면, 희미하게 밝은 빛이 도는 밤하늘만 보였다. 저 너머 붉은 홍등 몇 개만이 아른거렸다. 그 어디에도 불꽃놀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만큼은 우렁우렁해서, 정말로 크고 멋있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희주는 장터로 기어이 가지 못해서 서러웠는지, 아니면 아버지가 무서웠는지 훌쩍훌쩍 울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참으로 좋았다. 따뜻한 아버지의 손, 축제의 소리,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리던 어두운 밤 길. 그날은 누군가가 요술을 부린 것만 같았다.
희주와 나와 아버지 단 셋만이 함께한 밤길이었다.
그것은 나만의 축제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축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여동생과 함께했던 그날 밤보다 즐거우면, 추억이 퇴색할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번에 나온 거지?”
“마지막이니까요.”
둥둥둥.
북이 몇 번 울렸을까?
벌써 백에 가까워졌을까?
“하지만 역시 축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니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과연 그날보다 멋질지, 아닐지.”
그때였다.
북소리가, 멈췄다.
숨을 죽였다. 축제로 떠들썩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고요한 침묵에 휩싸였다.
휘이이이이이.
누군가가 휘파람을 부는 것일까? 길게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더 뒤로 젖혔다.
그리고…….
퍼엉! 퍼퍼퍼펑!
까만 하늘에 불꽃이 피어났다. 둥글고, 넓게 퍼지는 불의 비였다. 크고 우렁우렁한 소리만큼이나 멋진 불꽃놀이였다.
퍼펑!
그때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퍼퍼펑!
불꽃은 끊일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늘을 수놓았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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