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일탈과 공동체 위기, 그리고 민중의 응징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기어츠는 문화를 ‘의미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로 보았다. 문화는 ‘상징으로 나타나는, 역사적으로 전승된 의미의 시스템’이며, 더 나아가 그 의미가 공적·사회적으로 소통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행위라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는 상징이 인간 행동을 결정한다는 기어츠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상징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징체계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의 본질을 지적하며 인간을 호모 심볼릭, 즉 상징적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중세 유럽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샤리바리라는 독특한 관행은 다양한 상징체계를 가진 문화적 행동 규범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샤리바리는 ‘성(性), 정치, 경제, 종교 등과 관련해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소란과 조롱, 폭력 등으로 처벌하는 유럽의 민중적 관행’을 뜻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 일탈인데, 태곳적 공동체에서 관계와 질서를 유지하는 근본이 되었던 것이 성 규범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샤리바리가 문제 삼고 있는 성은 단순히 쾌락을 위한 성이 아니라 질서와 문화적 토대로서의 성인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민중 사이에 전해져 오면서 유럽인의 세계관과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샤리바리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역사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아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며, 심지어 범죄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집단적 행위 속에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이 숨어 있다. 따라서 확실한 이해를 위해서는 샤리바리라는 행위를 의미를 가진 하나의 문화적 행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꾸준하고 깊이 있는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윤선자는 이 책 『샤리바리』에서 고문헌부터 다양한 회화 작품, 현대의 영화 자료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샤리바리라는 특별한 민중 문화를 분석하고 그 속의 상징과 의미를 현대의 민중 앞에 펼쳐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