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의 대가와 문화인류학자가 만나다
이 책은 자연농의 대가 가와구치 요시카즈와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쓰지 신이치는 국내에 느림, 작음, 소박함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반성하고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슬로라이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근대화 과정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이라는 인간관을 상실하고, 자연을 그저 “외부 환경”이나 “자원”으로 이해하고 착취하는 것에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왔다. 자연과 인간의 분리에서 시작된 근대화는 자연을 파괴하고 사회를 황폐하게 하고, 인간을 종합적 생활인에서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시켰다. 그는 그 치유 방법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지역 사회를 지탱하게 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고 유대를 강화하는 지역 사회 속의 삶의 방식을 주장해왔다.
가와구치 요시카즈는 무농약, 무제초, 무경작(밭을 갈지 않음)의 자연농 원칙을 농업에 적용하여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 단절을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의 가능성을 연 자연농의 대가이자 구루로 알려져 있다. 쓰지 와 마찬가지로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 속에서 사는 삶, 자연을 통해 이해하는 삶, 자연의 일부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탐욕과 추악함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정한 풍요로움과 행복함, 평화로움을 만끽하는 삶을 고민해왔다.
따라서 뜻을 같이 하는 두 사람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 나눈 말들은 결코 소박하고 겸손하거나 자화자찬식 대화가 아니었다. 자연농의 개념과 의미, 예술론, 삶과 죽음, 지구와 인간, 생태계, 공존과 상생,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넘나들며 대전환기의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해 진지하게 나누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자연농 매뉴얼이 아니라 자연농을 통해 본 삶과 문화의 반성과 통찰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