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민본주의’라는 관점으로 들여다본 식민지 조선의 역사
‘조선의 탈식민지화’라는 역사적 결과는 수동적으로 외부에서 주어지기만 한 것이 아니며
‘유교적 민본주의’ 등과 같은 조선 내부의 토착적 논리가 어느 정도 관여한 결과일 수 있어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의 통사다. 또한 저자의 지난 저작 『近代朝鮮と日本』(2012)의 속편이기도 하다. 먼저 나온 책은 조선의 정치문화인 유교적 민본주의에 착목하면서 한국 병합까지의 조선 근대사를 일본과의 관계사를 기축으로 개관했다. 즉 조선의 유교적 민본주의가 빠르게 근대화를 달성한 일본과의 사이에서 어떠한 갈등을 불러일으켰으며 조선의 근대국가 건설에 어떠한 규정성을 가져왔는가, 그리고 그것은 일본에의 저항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지탱했는가 등을 밝혔다. 속편인 이 책도 역시 유교적 민본주의에 착목하고 있다. 조선의 유교적 민본주의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의해 모종의 갈등을 강요당했는데, 그럼에도 어떻게 자기를 관철하려고 했는지 그 양상을 지배 정책의 변천과 민족운동, 민중운동, 혹은 근대화와 함께 진행하는 사람들의 일상적 갈등, 일본과의 상호인식 등과 결부해 밝히려 한다. 그리고 식민지 조선이 그러한 고투 속에서 만들어낸 사상, 혹은 그와 반대로 굴복해간 사람들의 정신적 고뇌와 그 논리 등도 파헤치면서 식민지의 본질인 폭력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치문화란 정치나 항쟁이 이루어지는 사이에 그 내용이나 전개의 상태를 규정하는 이데올로기, 전통, 관념, 신앙, 미신, 원망(願望), 관행, 행동규범 등의 정치 과정에 관한 일체의 문화를 말한다. 정치문화는 일반적으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사이에 공유된다. 이는 장기파동적으로 측정되는 것이며, 장기에 걸쳐 배양된 정치문화가 단기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식민지 지배라고 하는 근대적 폭력에도 대항하면서 정치사회의 밑바닥과 사람들의 심성을 규정해간다. 식민지 조선에서 어떻게 경제적인 근대화가 진행되었는지를 강조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문화적인 근대성이 사회나 사람들의 심성을 어떻게 침윤시켰는지에 관심을 갖는 식민지근대성론에서는 근대가 지나치게 평가되어 전통은 용이하게 사라져가는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우선 후자는 근대 비판이나 식민지주의 비판을 외치기는 하지만, 근대는 대항하기 어렵고 사람들은 굴절하면서도 용이하게 근대적 주체로 바뀌어버린 것처럼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탈식민지화의 과정을 식민지민의 주체적 영위 가운데 파악하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탈식민지화는 어디까지나 연합국의 승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정치문화에 착목하는 이 책은 그러한 논의와는 자연히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탈식민지화의 과정에는 왕왕 토착적 논리가 깊이 관여한다고 하는 것이 이 책의 입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