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를 양분했던 해양대국, 유럽 남서쪽 이베리아 반도에 나란히 자리 잡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공간을 그린 책이 나왔다. 역사의 도시, 건축의 도시를 넘어 골목길에 스며든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선 낡음의 미학과 미래를 향한 간결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포르투와 오비두스, 리스본, 신트라, 라구스를 둘러본다. 도우루 강을 빼고는 흐름이 멈춘 포르투는 최근 복원된 현대적인 광장과 낡은 주택과 골목길이 묘하게 어울리는 도시다. 세월이 내려앉은 거뭇한 붉은 지붕과 무심히 빨래를 널어놓은 낡은 외벽은 검소하지만 결코 누추하지 않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왔던 렐루 서점의 오래된 서가와 계단은 늘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매력이 있다.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된 아줄레주라는 타일 장식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절제미가 흐른다. 알바로 시자, 에두아르도 소투 드 모우라 등 걸출한 건축가들의 흔적은 다가올 다양함에 대한 포르투갈인들의 믿음과 간결함이 느껴진다. 코발트블루의 하늘과 노란 성벽을 배경으로 지중해식 하얀 집들이 더욱 눈부신 오비두스는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신비롭다. 해 질 무렵 리스본의 낡은 골목을 비추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그들의 그리움과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줄 파두(포르투갈의 민속음악)가 들리는 듯하다. 카스까이스와 라구스에서는 지중해의 하늘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