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어린 소녀들을 보호할 것인가?
가슴 아픈 미국판 ‘한공주’ 이야기
현실의 밀양 여중생, 영화 속 한공주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로미 역시 성폭행 피해자다. 로미는 사건 직후 이 사실을 부모님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가해자 켈란은 그 지역을 좌지우지하는 명문가의 아들이었다. 가해자의 부모는 로미가 자기 아들한테 ‘꼬리를 쳐서’ 그렇게 된 거라며 오히려 로미를 비난하고 나섰고, 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가해자 편에 선다. 결국 피해자 부모가 가해자 부모에게 사과를 하는 황당한 촌극이 벌어진다.
성폭력이라는 무겁고 불편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의 접근 방식은 철저하게 심리적이다. 각 사건들의 시간적 경계를 넘나드는 다소 무질서한 구성 방식은 그 끔찍한 사건들의 피해자인 주인공 소녀의 자기분열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내면세계를 오롯이 드러낼 뿐 아니라, 마치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최대치로 증폭시킨다. 작가는 계속해서 수많은 단서들을 내비치지만 진실은 결국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묻는다. 우리의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소녀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세상의 모든 ‘한공주’, ‘로미’ 들에게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