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6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로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레니 리펜슈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다. 그녀의 문제작 「올림피아」와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기록영화 「의지의 승리」가 정식으로 발매되지도 않았지만, 공유사이트를 통해 쉽게 다운받을 수 있을 만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녀이지만 말이다. 손택은 레니의 삶을 ‘우울한 열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그녀가 겪은 삶은 오히려 ‘금지된 열정’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파시즘의 시대를 관통해온 모든 예술가들을 평가할 때면 언제나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한갓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주장과,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는 이와 무관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날카롭게 충돌한다. 정치적 입장과 예술적 가치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위치를 설정하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니에 관해서만은 언제나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전자가 우세했다. 작품 자체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녀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 현란해서 언론은 레니의 등장을 마치 파시스트의 악령이 되살아나온 것처럼 묘사하기 일쑤였다. 물론 이러한 비판에는 그녀의 책임도 있었다. 자신을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일부 나치광신도들이 나치의 철십자 문양을 길거리에서 휘날리고 있는 와중에 열린 재판장에, 여전히 우아한 몸매를 자랑하며 몸에 착 달라붙는 관능적인 승마복에 굽이 15센티미터가 넘는 샌들을 신고 요염하게 걸어 들어오는 여자가 바로 레니였기 때문이다. 그녀에 관해서는 애초부터 ‘온건한 견해’ 따위는 없었다. 위대하거나 끔찍하거나. 천재이거나 악마이거나. 위선자이거나 박애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