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함으로써,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외적인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그는 만일 자기가 바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알기만 하면, 자기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익명의 권위에 협조하여 자기의 것이 아닌 자기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욱 무력함을 느끼며, 그 결과 더욱 순응을 강요당한다. 낙천주의와 창의의 겉치레에도 불구하고, 근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압도되었으며, 바로 그 때문에 마치 마비된 것처럼 다가오는 파국을 바라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