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없어. 사실은 오늘도 없었어."
그저 우주의 혼돈 속에서 우연히 태어난 것만 같은 소년 루카스. 열네 살을 맞아 존재의 혼돈을, 삶의 부조리를 끝내기 위해 사흘의 가출을 감행하다.
《빛은 어떤 맛이 나는지》는 내면의 허기와 갈증을 채우고 싶어하는 어느 소년의 날이 선 몸짓을 그렸다. 루카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갈증은 소통의 부재. 거의 말이 없는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쏟아 붓듯이 말하는 친구와도 진심으로 오고 가는 소통은 없다. 결국 혼자이기로 결심하고 집을 뛰쳐나온 루카스는 전혀 생각지 못한 뜻밖의 인물, 시각장애인 소녀 존야를 만나 비로소 이리저리 헤매던 발걸음을 멈추고 소통의 물꼬를 틔운다.
작가 프리드리히 아니가 그린 루카스의 사흘은 지극히 예상 가능하면서 건조하고 평범하다. 집을 나와 아무 거리나 걷고, 아무나 만나고, 배를 곯고, 찬 데서 자고…….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 십대 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망설이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마침내 깨달으며, 서서히 어린 티를 벗고 성인의 문턱에 바짝 다가서는 과정이, 정지된 듯한 사흘의 끝자락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뮌헨 영화 학교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나중에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시나리오와 방송 대본을 쓴 작가의 이력처럼, 빈틈을 꼬집어 내는 날카로운 표현들, 군더더기 없는 문체,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깊은 의미를 심어 놓은 단정한 문장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빛은 어떤 맛이 나는지》는 영화로 제작되어 2005년 10월 독일 호프 영화제에 상영되었다. 2006년 7월, 독일에서 일반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