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이 6년 만에 새 장편소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 여름날의 치자와 오디』는 인터넷 블로그 공간에서 ‘치자’와 ‘오디’라는 넷명으로 만난 여성들이 겪는 특별한 사랑이야기이다. 가상공간에서, 익명으로 만난 이들은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고 속살을 껴안게 되었을까. 수없이 세상에 상처받고 현실에 무릎 꿇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자유를 향해 가는 이 땅의 여성들, 이 소설은 무수한 익명의 그녀들을 향해 보내는 응원가이며, 한편의 경배이다.
소설은 치자와 오디가 번갈아 일인칭 화자가 되어 팍팍하고 버거운 일상을 살아내는 정황을 고백하듯 이야기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치자는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학원강사로, 끝없는 빈곤과 가부장제 폭력에 찌들어 수시로 죽음 충동을 느끼곤 하는 여성이다. 성격은 내성적이고 외모는 부드러우며 옷차림은 단정하다. 오디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애니메이터로서 저명한 대학교수 아버지와 교양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딸이다. 오디는 털털하고 당당한 성격에 개성적인 외모를 지녔으며, 과감한 패션을 즐긴다.
이들은 환경, 성격, 외양 등 겉모습은 판이하지만 속내는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둘 다 최승자 시인이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라고 갈파한 서른 살이며, 미래 없는 비정규직이며, 성적 소수자이며, 무엇보다 ‘여성과 동일시하는 여성’이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이 사회의 모든 억압, 폭력, 차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하고 아파한다.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차츰 서로의 내면을 공유하면서, 분노와 상처를 넘어 자신을 옭아맨 현실의 제약을 과감히 거부할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용기는, 새로운 삶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