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는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와 신념, 조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동시에 과거는 우리와 연루되어 있다. 과거가 우리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로부터 흡수한 역사 지식을 통해 과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과거라는 말 자체는 이미 지나간 때나 일, 사라져버려서 지금은 부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오늘날 과거의 이미지는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규모와 강도로 재생산되고 있으며, 기억과 망각을 점유하고 제어하려는 진영에 의해 치열한 투쟁의 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례없는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진행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안의 과거』는 역사와 마주치는 다양한 형태를 탐색하고 역사를 표현하는 매체가 과거를 이해라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문제의식은 역사소설, 사진 한장, 드라마, 영화, 인터넷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과거를 통해 어떤 기억이 만들어지고, 그 기억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역사 풍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이 책은 역사가 현재의 정치적 쟁점으로 기능하는 한국사회와 연관지어 되돌아 볼 때 - 사회문화 영역의 각 분야에서 역사 지식의 보급과 활용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 등 - 많은 사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사례들 - 영국, 일본, 한국, 아프리카, 러시아, 호주 , 필리핀의 사례 -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실제적이고 현재적인 문제로서 역사와 대면하고 있는가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