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가 생산하는 것의 절대적인 주인이다." 로마 제국의 정치가이자 문필가?사상가였던 키케로의 이 말은 자연을 점진적으로 식민지화해온 인류 문명의 자연관을 대변한다. 문명의 진보는 그대로 자연과 벌인 전쟁의 역사였다. 이 책은 이를 가리켜 "생태계 살해(ecocide)" 라 규정한다. 인류가 지구의 강자로 군림해갈수록 생명체의 숨소리는 잦아들었다. 매머드나 마스토돈 같은 대형동물이 멸종한 것도 초기 인류의 과도한 사냥 탓이었다.
현재의 대량멸종 위기를 앞장서 경고한 학자 노먼 마이어스는 지난 35년 동안 브라질에서만 하루에 4종의 생물이 멸종했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하버드 대학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생물의 멸종 속도는 매년 100만 종 가운데 한 종 정도였으나, 지금은 대체로 그 1000배에 가깝다고 추정한다.
실상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비와 개입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즉 자연의 부양 능력을 넘어선다는 데 있고, 이는 인간의 사회·경제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은 인류학, 생물학, 지리학, 사회학의 학제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 문명이 개입한 대량멸종의 역사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