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나 상, 카트르 쥐리 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단편소설 대상, 알베르 카뮈 상, 11월 상, 조제프 델테유 상, 3천만 애독자 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대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며 탁원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로제 그르니에의 단편 선집.
그르니에는 나직나직 이야기한다. 아주 단순하고 약간 쓸쓸한 이야기를. 비록 그것이 끔찍한 이야기라 할 지라도 그는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다. 슬픈 이야기도 그의 목소리를 빌리면 어둡고 답답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조금씩 통하는 서늘한 이야기가 된다. 그 속에는 무엇인가 있어서 우리들로 하여금 아주 절망하지 못하게 한다. 어떤 떨림, 혹은 아이러니, 혹은 동정, 혹은 그 모두 다. 우리는 로제 그르니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가 절대로 진실을 배반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거창한 인물을 믿지도 않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의 단편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고독 속에서도 조금은 덜 외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소설 속에서는 허먼 멜빌에서처럼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바틀비, 가끔 나는 너의 우울한 이름을 되풀이하여 부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난다."
로제 그르니에는 '무대 뒤'의 인물들을 사랑한다. 그는 남의 뒷전에 가려지고 지워진 모습, 이렇다 할 것이 없는 인생, 실패한 운명, 사라진 꿈, 고즈넉하지만 위협 속에 놓인 일상을 통해서 바로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삶의 덧없음에 대한 애틋한 인식과 그 덧없음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귀중한 삶, 그 '붕괴의 과정'에 대한 수줍은 증언과 향수, 그리고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