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W. 스콧의 이 책 『페미니즘 위대한 역사』(원제: Only Paradoxes to Offer)는 여성 해방의 역사를 말하고 있지 않다. 외견상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다섯 명의 ‘열혈’ 여성참정권론자들의 궤적을 좇고 있지만,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즘 역사학자인 스콧이 주목하는 것은 근대 공화주의와 민주주의, 더 나아가 보편적 인권 담론이다. 스콧은 묻는다. 이 다섯 명의 여성들은 왜 그토록 쉼없이 여성 참정권을 쟁취하려 했는가? 그리고 근대 자유공화민주제는 왜 그토록 끈질기게 여성 참정권을 거부했는가?
이 책에 등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성’ 해방과 보편적 인권의 획득을 꿈꾸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실패하도록 강요받았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 각자가 서로 다른 역사적 맥락과 환경 속에서 때로는 ‘여성’이라는 범주에 기대어, 때로는 ‘인간’이라는 범주를 딛고 서로 다른 ‘여성’상을 제시하며 싸워나갔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투쟁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놓고 다투는 온갖 담론들이 스스로 허방을 짚으며 역설을 드러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