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0여일분의 야화가 들어 있는 2권에서는 남녀간 사랑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라딘과 요술램프 이야기도 있다. 1권에서는 커다란 장편적 스토리가 많았다면 2권은 단편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은 2만매에 이르는 리처드 버튼의 방대한 영역본을 군살을 빼고 의미반복 부문을 축약해 1/3 정도의 분량으로 요약했다고 하는데, 이러다 보니 단편 이야기 부분에 있어서는 줄거리만 반페이지 정도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역시 이야기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스토리텔러의 구수한 입담과 분위기 만들기도 중요한가 보다.

1,001가지에 달하는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나름대로의 재미와 교훈, 특이한 스토리 전개를 담고 있게 마련이지만 공통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리처드 맥스웰은 그의 저서 <스토리텔링 전문가>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5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가 지적한 열정, 주인공, 악당, 깨달음, 변화라는 5가지 요소에 촛점을 두고 아라비안나이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야기에 담긴 열정(passion)과 관련된 부문이다. 이야기에는 듣는 사람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아라비안나이트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 이야기,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부자가 된 이야기 등 원하는 것을 이루는 집념의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이 가진 공통의 관심사를 열정의 기본요소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둘째, 이야기에는 멋진 주인공(hero)이 필요하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조금 과장된 선남선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결같이 절세가인이면서 출중한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노래와 가무에도 뛰어나다.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빠져드는 마력을 지닌 존재들이다. 이런 주인공들이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배우자를 지켜주고 안타깝게 기다리며 고통에 빠져있는 장면을 보면서 독자들은 자신이 주인공의 괴로움을 대신해 주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안타깝게 느끼도록 만든다.

셋째, 주인공이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antagonist)의 존재이다. 세상에 착한 사람만 있고 일이 계획대로 술술 풀려가기만 한다면 이야기의 재미는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악당들은 다양하다. 마신이거나 이교도(조로아스터교도, 그리스도인)처럼 주인공이 물리쳐야 할 존재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론 주인공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경쟁자이기도 하고 친구처럼 주변에서 믿었던 존재일 때도 있다. 주인공과 적절한 기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보유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넷째, 영웅을 성장하게 만드는 깨달음의 순간(awareness)과 같은 극적요소의 문제이다. 무협지에서는 기연을 통해 무리 고수를 만나 주인공의 내공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시기가 반드시 등장한다. 아라비아 나이트에서는 최고 권력을 휘두르는 칼리파의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알라의 가르침을 깨닫거나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계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과정을 다 거친 후 뒤따르는 주인공과 세상의 변화(transformation) 문제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결론은 권선징악, 인과응보를 포함하고 있는 해피엔딩이 많다. 꼬였던 스토리가 본래자리로 돌아가게 되면 이야기는 끝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자신에게 닥쳐온 환희의 순간도, 좌절의 순간도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 법이다. 알라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분수를 지키며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교훈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