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는 아라비아, 페르시아, 인도, 이집트 등지의 전승민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거대설화 모음집이다. 왕비의 부정한 행동에 분노한 샤리야르 왕이 왕국의 처녀 한명과 하룻밤을 치르고 신부를 죽이는 상황에서 샤랴자드라는 영특한 처녀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생명을 구한다는 큰 프레임하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립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독립이야기들이 줄줄이 엮여있는 프레임 스토리로서 약 180여개의 장편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야기 속에는 아랍인 특유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대서사시처럼 펼쳐지는 사랑과 모험과 전쟁과 도둑이야기 속에는 가벼운 유머에서부터 거리낌없는 대담한 모험,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아랍인의 꿈과 낭만이 들어 있다. 삶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배경에는 현세의 덧없음을 깨닫고 영원한 내세의 축복을 기원하는 이슬람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꿈과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하나하나의 스토리는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스릴과 사스펜스를 느끼게 한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는 무엇보다 사랑이야기가 압권이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론 몽환적이며 다소 과장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지만 성애활동의 묘사는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 장면장면이 추하다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인간본성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본능에 충실하지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과감하게 목숨까지 거는 그런 모습들에서 진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온갖 고난끝에 은인들이 나타나 마침내 뜻을 이루는 스토리 전개는 무협지의 장면과 비슷한 면이 있다. 서양의 러브스토리를 뛰어넘는 동양식 사랑의 강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다음으로 모험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야기처럼 아라비아 상인들이 도적들을 만나고 살인사건등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탐정, 추리소설을 읽을 때의 재미를 준다. 스토리 전개는 착한 사람은 흥하고 악한 사람은 망친다는 권선징악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결국 부자가 되는 것도 알라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겪는 진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부분도 많다. 우리에게 익숙한 뱃사공 신밧드 이야기나 놋쇠로 된 성 이야기등은 미지의 세게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시키고 있다.

민담성격이 강한 부분으로 마신, 마녀이야기가 있다. 식인귀의 존재나 마왕과의 전쟁 이야기는 결국은 선과 악의 대비를 통한 종교적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결코 훈시적이거나 강요적이지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떤 행동을 취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깨닫게 만들어준다. 아라비안나이트가 여러 나라, 여러문화를 포괄하면서 오랜 시간 발전해 오면서 내용이 더 풍부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서 전해온 일화나 지혜로운 경구등이 중간중간 소개된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실존인물과 허구적 내용들이 복합된 팩션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마스커스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저 멀리 인도의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 풍부한 콘텐츠와 이야기 전개방식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나 캔터베리이야기와 같은 후세 문학작품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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