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피오의 꿈』은 거대한 미궁과도 같다. 저자는 세 개의 시대를 오가며 독자의 지성을 시험한다. 로마 제국이 멸망하던 5세기, 흑사병이 휩쓸던 14세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20세기, 그리고 각 시대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이 소설의 전면에 등장한다.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로마 몰락, 중세 유럽에서 성행한 마니교와 그 영향을 받은 다양한 이단종파, 교황의 아비뇽유수와 흑사병,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비시정부와 나치즘의 유대인 학살……, 이 모든 역사적 사건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되고 주제를 형성한다.
『스키피오의 꿈』은 매우 철학적이고 심원한 사상을 전개하지만, 각 시대마다 사랑에 빠진 남녀 주인공들이 나온다. 5세기의 주인공은 갈리아의 귀족 만리우스 히포마네스와 그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철학 스승 소피아, 14세기의 시인 올리비에 드 노옌과 그가 사랑하는 하녀 레베카, 20세기 프랑스의 고전학자 쥘리앵 바뇌브와 화가이자 연인인 줄리아 브론슨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의 인연은, 눈 먼 맹인과 그를 인도하는 성녀를 그린 하나의 패널화 속에 오버랩되는데, 하나의 그림 속에 오버랩된 세 개의 시대, 그리고 거기에 깃든 그들이 꿈과 사랑과 배신. 『스키피오의 꿈』은 시대를 넘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는 삶과 사랑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