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그물보다 이야기라는 그물이 더 촘촘하고 부드럽다. 역사가 고의로든 실수로든 놓치고 간 것을 이야기가 알뜰히 주워 올린다. 역사가 위대한 것을 예찬하는 사이, 이야기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따뜻한 손길로 주워 담는다. 이 책에는 고려 후기《파한집》《역옹패설》들에서부터 조선 전기의《용재총화》《패관잡기》 들에서 고른 패설 251편이 들어 있다.
이야기의 세계에선 노비도 서출도 여진인도 남성도 여성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가치 있는 글이 무엇인가 하는 검열은 없다. 자유로운 글쓰기로 때로는 소설을, 때로는 전기를, 때로는 정보를 담으면서 역사책보다 더 큰 역사를 기록했다.
옛사람들의 문물제도와 생활 형편을 살피고, 술자리와 후원에서 선비들이 밤낮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긴 멋스러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