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지붕 아래서 베 이불을 덮고 자고 나물죽을 나누어 먹더라도 진짜 사내와 사는 게 인생의 더없는 낙이 아니겠소?”
내시의 처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새 서방을 골라 인생을 멋들어지게 개척해 간 여성. 남편을 버리고 다시 남편을 고르며 모든 일을 자신이 결정해 가는, 이 대담한 여성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성상이다. 신분 질서가 해체되어 가고, 상품 화폐 경제가 자리를 넓혀 가던 조선 후기, 낡은 질서에서 자기를 해방하고, 욕망과 개성을 드러내는 능동적 주체들을 보며, 낙관주의와 새 시대의 발랄함을 담뿍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18세기~19세기의 야담집《잡기고담》《기문총화》《파수편》에서 이야기다운 재미가 한껏 빛나는 야담 86편을 가려 뽑아 엮었다. 때로 이 이야기들은 동시대의 소설보다 더 발전된 서사를 보여준다. 낭만주의와 현실주의, 풍자와 해학, 빼어난 인물 묘사로 당대 현실을 충실히 드러낸, 매력 만점의 야담을 읽으며 건강한 생명력을 만나고 재미난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