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독일어권 문학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막스 프리쉬는 자신의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동시대인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문제 삼아 모든 사물의 척도였던 개인의 위치가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면서 개인이 겪게 되는 자아와의 단절, 정체성의 혼란 등 상실의 면면을 그리려고 했다.『몬타우크』는 행복과 질투, 예속, 그리고 결국에는 냉정함으로 규정되는 잉게보르크 바흐만과의 관계, 젊은 시절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프리쉬를 압도했던 친구이자 후원자 W에 대한 작가의 모순적인 감정이 들어있다.
‘그’ 혹은 ‘나’로 지칭되는 인물은 ‘그’보다 30년 이상 젊은 린을 만나 롱아일랜드의 몬타우크라는 곳에서 밤을 새운다. 영어로 진행되는 두 사람의 대화는 대부분 잡담에 불과하고 늘 멈칫거리며 그마저도 최소한에 그친다.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적 단절은 ‘그’와 ‘그녀’ 사이의 본질적인 거리감을 암시한다. 그의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사랑 이야기가 그의 의식 속에 여전히 현재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를 지배하는 지난 생애의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그 속에서의 ‘자아 읽기’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