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잭 웰치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베르나르 아르노라는 경영자가 있다. 그는 루이 뷔통과 크리스티앙 디오르, 지방시와 같은 세계적인 최고급 패션 브랜드 마흔다섯개를 거느리고 있는 LVMH(루이 뷔통-모에 헤네시)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1988년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가능성을 날카롭게 발견해냈고 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부삭이라는 그룹을 인수, 그룹의 가치를 열 여섯배 성장시켰다. 이 정도 전력의 경영자라면 이름이 알려질만도 한데 아직 우리에게 낯선 것은 그가 언론과의 접촉을 별로 하지 않아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베르나르 아르노라는 경영인과 이브 메사로비치라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가 그의 경영철학과 인수과정, 프랑스 경제 상황과 기업문화 전반, 그리고 개인사까지 여러 측면에 관해 대화를 나눈 내용을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베르나르 아르노는 한 기업을 인수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자산가치를 높였다는 측면에서 잭 웰치와 무척 유사한 경영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결과는 비슷했으나 그 경영전략이나 철학은 무척 다른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베르나르 아르노는 잭 웰치가 GE에 행한 경영혁신은 중앙 차원에서 고안되어 계열 기업들에 획일적으로 적용되었던 전략으로 자신에게 이는 일부 덩치 큰 그룹들이 자행한 순전히 무용한 전략이라고 꼬집는다. 그러한 중앙집권적인 방식은 기업의 정신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각각의 브랜드를 책임진 팀들과 경영진이 공동으로 안건을 제안하고 그룹 수준에서 검토, 그로부터 일정한 정보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그리고 거대기업 중심의 경영전략 일색인 한국 경제경영 서적 분야에서 이 책은 프랑스의 기업문화,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1등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분야에서 기운만 탕진할 게 아니라, 프랑스는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 즉 호화고가산업에 정진할 일이다"라는 위대한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스의 확언을 실천하고 있는 프랑스 경영인의 전략을 통해 새로운 경영의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