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도 전문적인 철학 개념이 일상적인 용어와 의학 용어 사이에서 접착제 구실을 한다. 고고학과 계보학, 그리고 에피스테메. 숨겨져 있던 고대 유적지를 발굴해 예전의 흔적을 더듬듯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습이나 제도를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까지 올라가 미세한 차이를 검토하고 새로운 인식틀(에피스테메)과 인식틀 사이의 단절을 찾는 것이 푸코의 고고학과 계보학이다.
근대 의학은 18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근대 의학의 태동과 함께 의학적 지식의 장을 재조직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것은 곧바로 질병을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분류하고 정의하는 문제, 즉 의학적 시선의 문제와 수술대 위에 있는 개인에 관한 지식을 구성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푸코는 자신의 방법론인 고고학과 계보학을 적용해 이 과정을 세세히 살펴보고 있다. 의학 체계가 그다지 진보하지 않았던 시대의 의학 분야의 담론을 분석해 19세기 임상의학(적 담론)의 탄생을 재구성한다. 의학적 지식이 새로워지고 질병을 다루는 담론의 심층적 구조가 변화한 가운데, ‘보이는 것’과 ‘말해진 것’을 분절하고 재단했던 임상의학과 국가와 제도, 사회와 담론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